영변성황대제(2020,평안북도)

종목 개요

  • 비경연대회

종목소개

만주 대륙과 맞닿은 산기슭

한반도 북부의 평안북도는 서해와 맞닿고 북쪽으로는 압록강을 경계로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땅으로, 신의주에 도청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물줄기가 흘러가는 이곳은 만주 대륙과 가까워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평북 영변은 가파르고 험한 지형인 탓에 오래전부터 외적을 방어하는 요지로 작용했다고 한다. 시에도 등장하는 약산은 구룡강 기슭에 있는 곳인데, 약초가 많고 약수가 난다고 해서 ‘약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약산동대는 관서 8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영변성황대제’의 시작

영변군에는 유달리 고목이 무성하게 자라났는데, 이런 곳에는 늘 성황당이 차려졌다. 사람들은 마을의 수호신을 모셔놓은 제당인 성황당(서낭당)에서 올리는 성황대제를 당굿이라고 불렀다. 평북에서는 영변 당굿과 철산 당굿이 유명했는데, 두 곳이 각각 북당과 남당의 수호신으로 숭앙됐다. 그중에서도 시장 상인들이 장터계를 조직해 경비를 부담하고 유지들로부터 기부를 받았던 북당이 좀 더 우세했다고 한다. 성황대제를 위해서는 당시 영변 객사 앞에 있던 영변학교 도로에 세 개의 계단으로 된 짚 지붕을 만들어 제단을 설치했다. 여기에 오색천과 조화로 장식한 다음 제를 지냈다. 대제를 지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제비가 들기 때문에 주로 1년에 한 번만 열렸고, 질병을 피하고 입신과 출세를 기원하는 집에서는 그 비용을 부담해 제를 올리기도 했다. 부락민 가운데 연장자인 유지나 제사를 받드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제관으로 선정됐다. 신주로는 무녀 5~6명과 장고·징·제금·꽹과리·새납 등 악기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대제가 시작되면 제관과 만신 관계자들이 성황당에 나아가 제사를 올린 뒤 신위를 가마에 태워 행진했다. 이들은 장수복으로 바꿔 입은 뒤 말을 타고 제장이 차려진 곳으로 향했는데, 제단에 도착하면 신위를 제단에 모시고 대제를 봉행하게 된다. 당굿은 닷새 혹은 일주일간 계속되며, 무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과 노래를 하면 이를 구경하던 부락민들이 합세해 대동놀이로 마무리한다. 영변성황대제에서 연행되는 춤은 신내림으로 표현되는 의례 형식을 띤다. 즉, 신이 지시하는 행동이나 언어를 악가무 형식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영변에서는 이런 형식을 ‘거상’이라고 불렀다. 거상에 연주되는 의례음악은 거상악이라고 하며, 관현악 편성으로 화려하게 연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장구는 상장구와 하장구로 구성되며, 하장구가 리듬을 보완하고 소리를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상장구는 무악을 이끌며, 제관만신과 호흡을 맞춰 성황대제를 진행한다. 특히 푸념이나 뒷전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주로 사용하는 장단으로 푸념장단·비나수장단·긴염불장단·자진염불장단·굿거리장단·벅구장단·굿장단 등이 있다.

주목! 이 장면

평안북도의 대표적인 굿거리장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관만신과 악사들이 선보이는 노래와 장단 중 푸념·비나수·긴염불·자진염불장단은 악사들과 재담을 주고받는 형태의 청배장단이고, 굿거리·벅구장단은 춤 장단으로 사용돼 다채로운 면을 감상할 수 있다.

장면 구성 자세히 보기

  1. 입장 ‘영변성황대제’가 쓰인 기가 가장 먼저 서고, 동자와 동녀를 앞세워 입장한다. 제관과 제관만신을 중심으로 악사와 굿을 청한 재가집(신도)·무녀들이 장단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추며 등장한다. 무대를 크게 한 바퀴 돈 다음 제자리에 정렬한다.
  2. 성황거리 제관만신과 재가집 2명, 무녀 5명이 자리를 잡은 뒤 비나수와 푸념을 한다. 피리·장구·제금으로 구성된 악사들이 반주하며, 모든 신을 불러들이는 의식을 치른다.
  3. 돈타령 마을에 복록을 불러들이는 타령에 맞춰 모든 이들이 어울려 대동놀이를 한다. “돈 실러 가자” 하고 소리를 시작하면, 모든 이들이 “지화자 좋다” 하며 후렴을 붙인다.

인물 이야기

“이제는 사라진 그 시절의 전통을 되새기며” ___ 이순희(평안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예능보유자, 영변성황대제보존회장)

한국민속예술제를 통해 사멸되고 있는 이북의 굿 문화를 보전하고 전승하는 활동을 벌일 수 있어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축제가 북한의 전통문화와 민속예술을 지킬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영변성황대제는 평안도 최고의 당굿으로, 일 년에 한 번씩 거행합니다. 당굿을 통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전염병의 창궐에 대비해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것이지요. 특히 영변성황대제에 존재하는 거상악은 평안도 민속예술의 고유한 부분이자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띠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파란 1세대가 모두 작고하고, 현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거상악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굿판을 떠났고, 이제는 거상악을 재현할 수 없는 형편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전통은 아직 성황대제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굿에서는 장구를 1대만 사용하지만 평북의 굿에는 쌍장고와 쌍제금이 잔존하고 있지요. 더불어 평안도 고유의 사투리와 억양이 담긴 사설과 푸념, 지역 고유의 께끼춤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영변성황대제 예능보유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는 제관만신으로 나서는 저를 포함해 전수교육조교·이수자·전수자 등 20여 년간 활동한 이들이 참여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장단에 맞춘 재담과 연행, 춤 장단이 등장하는 과장 등 평안북도의 대표적인 굿거리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김지욱, ‘성황당’,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grandculture.net).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heritage.go.kr). 이정재, ‘재가집’,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

문화재 지정 현황

-평안북도 무형문화재 영변성황대제 (2007.10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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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출처 : 『제61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0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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