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둔배미 배치기소리(2021,경기도)

종목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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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소개

둔배미 포구에서 들려오던 노래

서울과 가까운 듯 먼 듯, 수도권을 이루는 경기도 안산은 사실 수도로부터 30km 거리밖에 되지 않는 인접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의 인구와 산업을 분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전원주택도시이기 때문이다. 동쪽으로 군포와 의왕, 남쪽으로 화성, 북쪽으로 시흥, 그리고 서쪽으로는 서해안과 접해 있어 경기도 내륙 지역의 특징을 갖고 있으면서도 해안가 도시의 성격도 일부 띤다. 한편으로는 대부도의 너른 갯벌과 방아머리 해변, 시화호 대송습지를 품고 있어 자연의 산물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현재의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에 있던 둔배미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풍어를 기원하는 노래인 배치기소리가 전해진다. 삼국 시대부터 조선까지 서해안의 요충지였던 이곳에는 일찍이 어업이 번성했고, 고려 때부터 군량과 관아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국가가 지급한 토지인 둔전과 그곳에 머물며 농사를 짓는 둔전병이 있었다고 알려진다. 이들이 경작하던 논배미를 둔배미라 불렀는데, 이것이 마을 이름까지 이어진 것이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인근에 사옹원(임금과 대궐 안 식사 공급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곳) 분원이 있어 궁중에 진상하는 지방 특산물이 모두 거쳐 갔고, 밴댕이·민어·준치·새우 등 해산물을 공급하는 원천이기도 했다. 세종 대에는 둔배미마을 근처에 해안 요충지의 방어를 위한 초지량영이 설치돼 크고 작은 전선이 주둔했으며, 조세를 운반하는 조운 등도 오갔다. ‘원당’ 혹은 ‘원당포’라 불린 둔배미 포구는 자연히 이 근방에서 유일하게 전선과 중선이 드나들 수 있는 가장 큰 포구로, 어업이 성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고잔신도시 개발로 자연마을은 사라졌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반월공업단지 개발로 둔배미마을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 갔다. 안산 지역에 전해지는 둔배미 배치기소리는 옛 둔배미 포구에서 어부들이 어로 작업을 하며 부르던 배치기소리와 바디질소리, 서낭당 고사, 풍물놀이 등을 결합해 민속놀이로 구성했다. 풍어와 만선 귀향을 기원하며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단체요인 ‘배치기소리’, 어부들이 잡은 고기를 퍼 올리며 부르는 민요인 ‘바디질소리(고기푸는소리)’에 지역적 배경을 더해 연출한 새 민속놀이인 것이다. 둔배미마을은 수호신으로 뱀신인 긴대선왕님을 모시고, 격년마다 당집에서 도당굿을 벌였다. 매년 음력 4월, 조기 성어기가 다가오면 출항에 앞서 선원들이 목욕재계하고 당집으로 가 무사 귀환과 만선을 비는 소지(부정을 없애고 소원을 비는 종이)를 올렸다. 그리고 징·꽹과리·북·새납 등을 들고 흥겹게 배치기소리를 불렀는데, 이 과정을 통해 출어에 대한 불안을 풍어에 대한 기대로 바꾸고자 한 것이다. 그렇게 안산 둔배미마을은 서해안에 접한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징 덕분에 어부들은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농부들은 논매기 작업을 하던 것이 한데 어우러져 대동놀이로 발전했다. 1987년, 사라진 풍물 가락과 둔배미마을의 배치기소리를 찾기 위해 당시 포구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어부들을 탐문하고 능길마을의 농부들을 찾아 배치기소리와 농요를 채록했다. 이에 뜻을 함께한 사람들의 힘을 모아 둔배미놀이를 정립했고, 2016년에는 안산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되며 매년 시연하고 있다. 오늘날 안산 둔배미 배치기소리에는 농요가 포함되지 않는다. 대신 고기잡이를 나가는 모습을 강조해 서낭당 고사와 배치기소리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장면에 맞는 여러 소리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다수의 배치기소리가 별신굿과 함께 전승되거나 서해안 지역을 위주로 발전했으나 둔배미 배치기소리는 이와 구분되며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전승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황해도에 전승되는 배치기소리에 견주어 보면 다소 거칠다고 느껴질 정도로 힘차게 부르는 게 특징이다. 무대 세트로는 옛 어선의 모습을 재현한 무대 세트와 예술성을 가미한 봉죽을 눈여겨볼 만하다. “봉죽을 받었다 봉죽을 받어/ 도당할아버지한테 봉죽을 받어”로 시작되는 소리에 맞춘 봉죽놀이를 꼭 살펴보도록 하자.

주요 장면 구성

  1. 성황당 고사(서낭제) 선주가 제관이 되어 당집에 제를 지낸다. 만선을 축원한 후 도사공에게 봉죽을 건넨다. 사공들은 각기 서낭당 상기와 호랑이기·임장군기·백기를 받아들고 배치기소리를 하며 풍물소리를 배경으로 배에 오른다.
  2. 길놀이(배치기소리) 어부들의 배치기 행진에 농부와 아낙들이 화답하며 함께 배로 향한다. 용왕제를 모시기 위한 떡시루와 음식들을 배에 올려주면 어부들이 뒤를 따라 승선한다.
  3. 선상 배치기소리 뱃머리에 선 어부들이 기를 세우고 용왕제를 올린다. 어부들이 배치기소리를 하면, 아낙과 농부들이 소리를 받는다. 떠나는 배를 향해 아낙들이 축원을 드린다.
  4. 어로 작업 바다로 나간 어부들. 용왕제에 올린 술과 음식을 바다에 뿌려주고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는다.
  5. 만선 귀향(바디질소리) 그물에 가득 고기가 잡히면 바디로 퍼올리며 바디질소리(고기푸는소리)를 한다. 만선을 알리는 오색기를 높이 달고 배치기소리를 하며 귀향한다.
  6. 대동 축제 배가 들어오면 동네 아낙들은 고기를 받기 위해 바구니를 이고 모여든다. 어부와 아낙들은 고기를 퍼 나르고, 선주 부인은 술동이를 이고 나와 어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만선을 알리며 무사히 귀향한 어부들과 아낙들, 농부들이 어우러지고, 배치기소리와 풍물소리가 어울리며 축제가 벌어진다.

민속 현장에서

“안산 지역은 예로부터 반농반어가 이뤄지던 곳입니다. 오늘날 어업과 관련한 민속놀이로 ‘둔배미 배치기소리’, 농업에 관련해서는 ‘와리풍물놀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안산의 포구였던 둔배미 포구와 성머리 포구에서 일한 어부들에게서 소리를 채록해 오늘날 둔배미놀이를 복원하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안산둔배미놀이보존회가 생겨났고, 매년 안산 대표 축제인 성호문화제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시연하고 있습니다. 안산 둔배미 배치기소리는 황해도를 중심으로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국가무형문화재)과 함께 전승된 배치기소리와 가락에서 구분됩니다. 메김소리와 받음소리가 다르고, 둔배미마을의 배치기소리가 황해도 것보다 힘차고 거친 것이 특징이지요. 전라북도 위도 지역에서 전해지는 배치기소리와 비교하면 청이 높고 빠릅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보존·전승되는 배치기소리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소리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산의 대표 민속놀이를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전국 대회인 한국민속예술제에 소개할 수 있게 돼 굉장히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이 기회를 계기로 옛 어부들이 만선의 희망을 품고 부르던 배치기소리가 많이 알려지고 보급되면 좋겠습니다.” ⟶ 차도열(안산둔배미놀이보존회장)

자료출처

  • 출처 :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1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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