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 영장소리(2020,제주도)

종목 개요

  • 비경연대회

종목소개

죽음을 대하는 우리네 방식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는 산과 바다, 숲 모든 것이 아름다운 섬이다. 다양한 지형과 환경을 갖춘 덕에 문화적 자산 역시 풍부해 지역마다 다양한 민속놀이가 전승되고 있다. 제주의 동남부, 서귀포시 동쪽에 해당하는 표선면은 옛 정의현의 500년 도읍지였던 성읍민속마을과 표선해수욕장의 너른 백사장이 있는 곳이다. 이곳 정의현의 중심에 있던 마을이 성읍리인데, 오래전부터 마을을 형성하고 사람들의 생활이 존재하던 전통적인 부락지다. 수많은 유·무형 문화재가 남아 있는 성읍민속마을은 관광지로도 잘 알려졌지만, 민속학적으로도 그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특히 성읍마을에는 유교식 마을 제사인 포제와 백중날 축산의 번성을 기원하는 백중코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현재에도 매년 제주 성읍마을 전통민속재연축제를 개최하며 우리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민속예술만 아니라 풍부한 신화가 존재한다. 다양한 전통 신앙과 신화는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될 정도다. 그중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무속 신화를 ‘본풀이’라고 하는데, 신들의 이야기이자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서 죽을 때까지를 소재로 다룬 열두본풀이는 제주 신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꽃으로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서천꽃밭이 등장하는 이공본풀이를 보자. 저승의 동쪽 서천꽃밭에 자라나는 다양한 꽃은 사람을 살리고 죽이며, 또 영혼을 되살아나게 한다. 즉,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재생과 환생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제주의 상례는 유교식과 무속의 방법이 어우러진 형태로 전해진다. 성읍마을에는 그 옛 형태의 상례가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전승되고 있다. 임종에서부터 매장까지는 유교 의례에 따라 치르고, 그 후 집에 돌아온 뒤부터는 무속 의례를 통해 귀양풀이한다. 저승길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 무당의 입을 통해 망자의 유언과 한을 구구절절 토로하는 시간이다. 죽은 자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내는 귀양풀이를 통해 섭섭한 것 하나 없이 훌훌 털고 세상과 하직한다. 이때 부르는 상여소리를 제주에서는 영장소리라고 한다. 서천꽃밭 영장소리는 재생과 환생의 서천꽃밭을 전통 상례와 접합한 의례다. 상례의 과정에서 여성들은 망자를 태우고 갈 상여를 장식하는 종이꽃을 만들게 되는데, 영장소리에는 그러한 부분이 잘 드러나 있다. 상여가 나갈 때 부르는 영귀소리·행상소리·꽃염불소리, 그리고 봉분을 쌓을 때는 질토소리·멀호소리를 부른다. 상여를 옮기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많은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노래가 장례 과정을 지치지 않고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오늘날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영장소리의 계승과 전승 작업에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 서천꽃밭 영장소리는 성읍리만이 가진 독특한 소리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상례문화를 잘 보여주기 위해 장면을 구성했다. 산담(돌담)을 쌓는 장면과 마지막 귀양풀이는 제주에서 전해지는 영장소리에서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이니 놓치지 말 것.

주요 장면 구성

  1. 죽음의 길 저승차사(까마귀)가 울며 죽음으로 인도한다. 발인제를 시작으로 꽃상여를 만들고 원미를 올리며 장례를 시작한다.
  2. 영장소리 영귀소리를 하며 마을 안 친척집 등을 도는 부분. 각 집에 인사하고 원미를 올린다. 마을 밖으로 나가면 행상소리로, 냇가를 건너 동산을 오를 때는 꽃염불소리로 바뀐다. 앞소리꾼이 선 창하면, 상여꾼들이 뒷소리로 받는다.
  3. 봉분 쌓기 장지에 도착하면 봉분을 쌓는다. 질토소리·멀호소리를 하며 봉분을 완성한다.
  4. 산담 쌓기 제주에만 있는 장면으로, 산담(돌담)을 조성하는 과정이다. 낭글세왕과 목도소리를 한다.
  5. 귀양풀이 무당을 매개로 삼아 죽은 자의 심정을 풀어주고, 가족 친지들은 그 말을 들으며 서로를 위로한다. 저승으로 보내는 영개울림(영혼의 울림)으로 시작해 저승 12대문이 열리는 질침(길트기)으로 이어진다.
  6. 사또놀이 장사를 마친 뒤 상여에 어르신을 태우고 돌아온다. 이 영감놀이를 성읍마을에서는 사또놀이라고 부르는데, 신목사타령을 부르며 퇴장한다.

민속 현장에서

“육지에서는 ‘상여소리’라고 하는 것을 제주에서는 ‘영장소리’라고 부릅니다. 그 옛날 제주는 갇혀 지내는 섬이었던 탓에 무속 신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 상을 치르는 일에도 응당하는 의례가 남아 있지요. 일례로 ‘까마귀 울면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까마귀가 저승차사로 대변되고, 망자가 저승길로 떠나며 서운한 일과 못 다한 일을 무당(심방)을 통해 전하는 귀양풀이를 하기도 합니다. 제주에만 전해지 는, 묘의 울타리를 쌓는 ‘산담 쌓기’도 영장소리에만 있는 것입니다. 성읍1리 마을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민속마을로, 제주를 찾는 이들이 꼭 들르는 마을입니다. 매년 10월에는 ‘정의골 민속축제’라고 하는 제주의 전통 민속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벌써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요. 제주만이 간직하고 있는 초가와 옛 모습이 성읍리에 남아 있기에 마을주민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 다. 또한 저희 마을은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장소리를 보전하고 있는 곳으로, 제주의 상례 문화를 잘 계승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우리 마을주민들이 직접 참여합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고령자들은 참여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민속예술제를 통해 제주의 영장소리가 가진 육지부와 다른 독특한 매력, 제주의 무속 의례와 소리를 전국에 알리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 강명언(서천꽃밭 영장소리 연출자)

자료출처

  • 출처 :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1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동영상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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