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 지신밟기(2021,경상남도)

종목 개요

  • 비경연대회

종목소개

안택을 기원하는 연희

김수로왕의 가야 건국 신화를 품고 있는 경상남도 김해는 드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어 예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옛 가야의 웅장한 지체가 여전히 후광으로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김해 안에서도 서쪽으로 창원과 가까이 있는 진례마을은 열두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졌는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토지 정리를 통해 지금의 진례면이 됐다. 진례 신월마을은 광복 즈음 밀·보리·벼 등 곡류를 재배하는 농경지가 근방에서 가장 크기로 유명했다. 집집마다 농사를 크게 지은 덕에 인근 창원과 진영에서 머슴·일꾼들을 데려다 추수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농업이 마을의 주요 생업이었기에 한 해의 풍년과 무운을 비는 세시풍속이 발달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지신밟기였다. 마을에는 언제나 농악대의 풍악이 활발히 울려 퍼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지신을 달래고 복을 기원하는 민속놀이인 지신밟기는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연행되기도 했으나 특히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곳곳에서 이뤄졌다. 지역에 따라, 또 어떤 목적으로 행하는지에 따라 지신밟기·매귀·풍장치기·터밟기·두레놀이·지신굿·걸립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데, 지신밟기라는 이름은 집터와 집안 대지를 지키는 지신의 심술궂은 기운을 눌러준다는 의미가 있다. 풍물패가 앞장서고 그 뒤로 소고재비와 양반·하동·포수·머슴·각시 등 잡색이 줄지어 따르며 마을의 당산을 시작으로 여러 집을 돌며 지신을 밟고, 춤과 재주를 펼친다. 집마다 고사상을 올리고 걸립을 통해 마을의 공동 비용을 모금하며, 그 와중에 연희를 펼친다는 점에서 지신밟기는 단순한 마을신앙의 측면 외에 연희와 공연의 성격도 띤다. 신월 지신밟기의 모체로 볼 수 있는 진례신월농악은 일제 강점기 탄압에 의해 잠시 중단되었다가 광복 이후 전국농악경연대회가 개최되던 시기에 재기했다. 당시 농악을 하던 이들이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신월마을만 아니라 다른 마을까지 지신밟기를 하러 가곤 했다고 전해진다. 신월마을의 지신밟기에는 다른 마을과 다른 부분이 있다. 마을을 돌기 전에 진례천을 보며 인사를 하는 개고랑굿이다. 냇가를 경계로 상류와 하류의 모든 사람들이 태평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 소절씩 짤막하고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성주굿 역시 중요 감상 포인트다. 풍물은 상쇠와 종쇠를 필두로 장구·북·징·벅구, 그리고 잡색으로 이뤄진다. 개고랑굿·당산굿·조왕굿 등 다양한 장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성주굿에 큰 비중을 둔다. 단순히 건물로서의 집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모든 것을 보살피고 가정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성주신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집을 새로 지을 때 ‘새 성주님을 모신다’고 표현하듯이, 가택의 운수를 관장하는 성주신에게 올리는 굿을 주축으로 전체 장면을 꾸렸다. 신월 지신밟기의 성주굿은 2소절을 기준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1소절씩 읊는 것이 특징이다. 그 때문에 지신풀이의 흐름이 더욱 박진감 넘친다. 또 고사소리에는 지역의 사투리가 스며 있어 신월마을 특유의 토속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진례신월농악과 지신밟기는 1946년 1대 상쇠 심일문을 시작으로 3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회에는 김해농악보존회 회원 60여 명이 참여하며, 3대 상쇠로 활동하는 심일문의 자제 심재수가 상쇠로 나서 진가를 보여줄 예정이다.

주요 장면 구성

  1. 길놀이와 당산굿 정월 대보름에 앞서 마을의 한 해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풍물패가 길굿을 치며 마을을 돈다. 본격적인 지신밟기에 앞서 마을의 당산나무에 가장 먼저 굿을 올리고 고사를 지낸다.
  2. 문굿 지신밟기를 진행할 집 앞에서 크게 소리를 내 주인에게 풍물패의 도착을 알린다. 노래와 장단이 시작되면 집주인은 대문을 활짝 열어 이들을 맞이한다. “주인 주인 문여소/ 나그네 손님 들어가요”
  3. 성주굿 기수를 따라 사람들이 차례로 마당에 들어선다. 성주 앞에는 멍석을 깔고 고사상을 차려 집터를 밟는 성주굿을 진행한다. 모든 가족과 자손이 건강하도록 조상님이 굽어 살피기를 기원한다. 대감과 마님이 고사상에 술을 올릴 준비를 마치면 소리꾼이 소리를 시작한다.
  4. 마당놀이 및 퇴장 소리꾼과 악사가 마당놀이를 펼친다. 주변으로 잡색과 마을 사람들이 어우렁더우렁 덧배기 장단에 맞춰 한바탕 춤을 즐기며 마무리한다.

민속 현장에서

“지신밟기는 다른 민속예술 종목과 비교하자면 좀 더 토속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고사소리 내용만 봐도 지신이나 당산나무·용왕·옥황상제 같은 신화 요소가 많고요. 고사소리와 풍물놀이를 통해 터를 밟고 기원을 드린다는 점에서 토착 신앙과 깊게 관련돼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고사소리가 끝나면 집집과 마을 전체가 축제 공간으로 전환되지요. 포수·화동 같은 잡색과 농악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마무리를 통해 지신밟기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해농악보존회는 김해민속예술보존회와 함께 꾸준히 정기 발표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야외 무료 공연 등을 열어 많은 시민들에게 농악·오광대·민요 등 민속예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 힘쓰고 있지요. 모두가 우리의 삶 속에 조금 더 민속예술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진례 신월마을에서 지신밟기를 계승하고 있는 분들과 협업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세시풍속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노력을 기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민속예술제를 통해 저희 경남 김해시 진례 신월마을의 지신밟기를 전국의 많은 분들께 선보일 기회가 생겨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이 대회를 통해 각 지역의 민속예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기쁨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국에서도 역사를 이어온 한국민속예술제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심재수(신월 지신밟기 원로 종쇠 겸 소리꾼)

자료출처

  • 출처 : 『제62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1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동영상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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