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숯 묻는 역시(2024,제주도)

구 분 내 용
참여대회 제65회 한국민속예술제
참여지역 제주도
분야 민속놀이
참여인원 67명
참여단체 조천읍민속보존회
수상(단체상) 전승상(구미시장상)

종목소개

본문

제주는 사방에 펼쳐진 천혜의 비경과 대조적으로, 척박한 토질과 거친 바람으로 인해 눈물겨운 삶을 이어오는 주민들이 있는 섬땅이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숯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연료였다. 다른 곳보다도 조천읍에는 국내 최대 면적의 상록활엽수림을 자랑하는 선흘곶이 있고, 선흘리를 비롯한 교래·대흘 등 읍내에 자리한 중산간 마을 대부분이 숯을 제조하며 살아왔다.

숯을 만드는 과정은 섬마을 대부분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는데, 굴참나무·졸참나무·가시나무 등 참나뭇과로 만들고 병꽃나무로 불을 땠다. 숯을 굽기 위해서는 ‘숯굴’로 불리는 숯가마를 만들었다. 이렇듯 숯을 만드는 생업민속은 일제 강점기에 벌목을 금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도 통제가 계속되고 화석연료가 늘어나면서 숯을 제조하는 곳은 많이 줄어들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 전해지는 ‘숯 묻는 역시’는 흙구덩이를 이용해 숯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민속놀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숯을 만드는 일을 ‘숯 묻는다’고 일컫는데, 이는 참나무가 많은 밀림지대로 들어가 나무를 베는 데서 시작한다. 나무를 베어낸 뒤에는 평지로 운반하고, 적당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어 나무를 제껴 넣는다. 구덩이 가장자리에는 억새를 둘러 나무를 켜켜이 쌓고, 흙을 무덤 모양으로 덮은 뒤 군데군데 숨구멍을 만든다. 불을 지피기 전에는 음식과 술을 차려놓고 고사 지내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검은 연기 이후에 하얗게 연기가 올라오면 비로소 숯이 완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구덩이를 판 뒤 마소를 동원해 마을이나 시장으로 운반한다.

속도와 편리를 최상의 행복으로 여기는 요즘 시대에는 비효율적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과정은, 실상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욕심 없이 나눈다는 가치와도 이어진다. 또 숯은 단순히 연료로서의 기능적인 목적만 아니라 주술적인 존재로 긴 세월을 함께해왔다. 조천읍 숯 묻는 역시는 사라진 민속을 재현한다는 의미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노동요를 수반해온 제주도의 생업민속을 엿보는 기회가 된다. 각 마당의 장면만 아니라 숯 제조 과정을 일대기로 풀어내는 다양한 노동요를 소개하며 신명 나는 대동놀이 현장이 될 것이다.

과장 구성

하나. 입장 : 마당 한편이 곶자왈로 설정되고, 네 개의 숯굴이 만들어진 판으로 출연진 전원이 정렬해 입장한다. 함성과 추임새가 크게 울려 퍼지면, 걸궁패의 어르기가 길게 이어진다. 달팽이진을 감고나면 걸궁패의 휘모리가락에 맞춰 한바탕 허튼춤판을 벌인다. 인사굿에 맞춰 인사하고 사설이 이어진다. “팔월 맹질도 지나고 날도 선선해 졈시난 다덜 모다들엉 숯 묻는 역시 번 허여 봅주!”

둘. 낭 그치는 소리 : 기수들이 기를 늘어놓고,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곶자왈 쪽으로 향한다. 소리꾼의 낭 그치는 소리가 시작되면 곶자왈에서는 나무를 베고 억새를 쌓으며 미수리 짜기를 한다.

셋. 낭 개는 소리 : 사설 이후 걸궁패의 삼채가 시작된다. 역군들은 나무를 묶어 끌어당기고 운반한다. 수장남들은 도끼를 깨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위에서 춤추며 논다. 깨진 나무와 억새를 모두 운반하고 나면 소리가 끝난다.

넷. 질토 파는 소리 : 수장남과 마을 남성들은 숯굴 틀과 갈래죽, 괭이를 마당으로 운반한다. 소리꾼의 질토 파는 소리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장단에 맞춰 구덩이 파는 동작을 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걸궁패는 삼채를 치고, 수장남은 숯굴로 들어간다.

다섯. 숯굴 카사 : 숯굴이 마련되면 마을 여성들은 고사상을 준비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 뒤 고사를 시작한다. 비념을 하는 동안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이후 수장남들이 숯굴 안으로 들어가 완성된 숯을 마을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여섯. 쉐 모는 소리 : 질메에 미수리를 싣고, 나머지 미수리는 각자 머리에 이거나 등에 진 채 숯굴 주위로 둘러서서 쉐 모는 소리를 한다. 소리가 끝나면 숯이 담긴 미수리를 마당 한가운데 언덕처럼 쌓아놓는다. 이후 걸궁패의 굿거리가 이어지고, 소리꾼은 서우제소리를 한다.

일곱. 퇴장 : 마을 사람들은 소리에 맞춰 춤추고, 기수를 선두로 걸궁패가 마당으로 들어와 난장을 벌인다. 휘모리가락이 길게 이어지고, 연주가 끝나면 인사굿에 맞춰 관객에게 인사하고 퇴장한다.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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