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청산면 정월대보름 지신밟기(2020,충청북도)

종목 개요

  • 비경연대회

종목소개

문화 도시에서 공업 도시로

‘청산’은 충청북도 옥천 지역을 부르는 옛 이름으로, 조선 시대의 교육기관인 향교가 남아 있어 그 역사가 깊은 동네다. 옥천군 청산면에는 정월 대보름 강줄다리기를 비롯한 다양한 민속놀이와 백중날의 호미씻이, 상여놀이, 길쌈 등 세시풍속이 남아 있는데, 정월 대보름 전날 밤이면 마을마다 산신제를 모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동이 트면 미리 선출한 제관의 인도로 제물을 준비해 동구 밖 성황당에서 마을신인 동신에게 올리는 동고사를 지냈다. 수령이 400년 넘는 돌배나무는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성황당으로 오래오래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정월대보름 지신밟기’의 시작

말 그대로 집터 곳곳의 지신을 밟아서 달래줌으로써 액을 몰아내 한 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지신밟기’는 주로 정초부터 정월 대보름 사이 집집마다 진행되던 오랜 마을신앙이다. 해가 바뀌는 때에 지신을 진압해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과 가정에 기쁨이 깃들기를 기원했다. 온 지역에서 연행돼온 지신밟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각각의 특성을 지닌 채 전승되고 있다. 그럼에도 풍물(농악대)을 선두로 대문을 통해 집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고사를 올린 뒤 한바탕 놀고 나온다는 점은 동일하다. 옥천군 청산면에서는 정월 대보름 때마다 지신밟기와 강줄다리가 진행되는데, 전문 기예단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풍물단이 행한다는 점에서 옛 시절의 순수한 마을신앙을 간직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청산면의 이 민속놀이는 1997년 복원 절차를 거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으며 그 사설과 소리, 풍물에는 중원문화의 민속과 지리적으로 접하고 있는 경북 지방의 민속적 특성이 가미돼 독특한 성격을 이룬다. 옥천군 청산면에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진행하던 지신밟기는 집안의 성주와 조왕·터주·용왕신에게 차례로 제를 올리며 상쇠가 축언을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성주굿에서는 “어~허~루 지~신아” 지신풀이를 하고 조왕신에게는 “이 구석 저 구석 정지 구석 내 구석”, 터주지신에게는 “아따 그 장맛 좋네 만수무강하겠네”, 용왕신에게는 “이 샘물 저 샘물 물맛이나 좋아라”라고 축언하는데, 여기에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사설이 전해진다. 특히 성주 지신풀이에서는 독특한 음조와 유장한 가사가 특징인 뒷소리가 전해진다. 각각의 굿과 소리를 마치면 마당을 밟으며 지신고풀이를 진행하는 것도 청산면의 특징이다. 지신밟기에 참여한 이들이 한데 어울리며 여러 갈래로 매단 오색 천을 붙잡고 꼬아가면서 하는 놀이인데, 이러한 놀이를 통해 맺힌 것을 풀고 마을 전체가 잘되기를 기원했다. 매년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와 풍물놀이를 전승하고 있는 청산면 민속보존회는 지역의 풍물놀이를 원형 그대로 전승하려는 노력으로 오늘날에도 지역 축제와 행사에서 꾸준히 공연하고 있다. 또한 공연만 아니라 지신밟기와 같은 세시풍속의 맥이 끊기지 않고 선조들의 삶이 묻어 있는 민속이 우리 일상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주목! 이 장면

오늘날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관람 포인트를 꼽을 만하다. 그런데도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장면을 꼽는다면 네 명의 신에게 고하는 부분이다. 우물에서의 용왕굿, 대청마루에서의 성주굿, 부엌에서의 조왕굿, 장독대에 올리는 터주굿까지 각 장면의 소리와 사설을 음미해 보자.

장면 구성 자세히 보기

  1. 입장 깃발과 제관을 앞세우고 풍물과 주민들이 뒤따라 입장한다. 한쪽에 설치한 성황당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을 위한 동고사를 준비한다.
  2. 동고사 성황당 앞에 고사상을 차린 뒤 무릎을 꿇고 고사를 지낸다. 제관은 청산 고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경문을 읽는다. 소지를 올린 후에는 농기와 지신고풀이대를 성황나무에 기대 강림할 수 있도록 풍물을 울린다.
  3. 샘굿 신명 나는 풍물에 맞춰 우물로 이동한 뒤 샘고사를 올린다. 제관은 사해용왕 전에 물이 마르지 않게 해달라며 경문을 읊고, 샘굿 사설을 연희한다. 아녀자들은 미역과 북어포 등 제물을 올린다.
  4. 문굿 지신밟기를 진행할 집의 대문 앞에 기수와 풍물이 집결한다. 상쇠는 주인과 수문장군에게 고한다.
  5. 성주굿 대문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 마당에서 풍물을 울린다. 대청마루에는 고사상이 준비되고, 상쇠와 나머지 풍물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성주굿을 한다. 식구들이 나서 고사상에 절을 올린다.
  6. 조왕굿 집을 한 바퀴 크게 돌며 부엌으로 향한다. “누르세 누르세 조왕지신 누르세” 하며 조왕굿을 시작한다. 그동안 아녀자들은 부뚜막에 쌀과 떡, 정화수, 촛불을 올려 지성으로 빈다. 포수와 양반은 솥뚜껑을 들고 마당으로 나와 춤판을 벌인다.
  7. 터주굿 다음 순서로 장독대 가까이로 이동해 터주신에게 굿을 올린다. 마찬가지로 제물을 올리고 지성으로 빌며, 잡색은 장독 뚜껑을 열고 나쁜 기운이 물러가도록 한다.
  8. 지신고풀이 터주굿이 끝나면 주인 양반이 상쇠에게 마당에서 놀아달라고 간청한다. 상쇠는 “지신고풀이를 해보세”라며 풍물과 주민들에게 한판 놀음을 제안한다. 고풀이대를 마당 중앙에 세우고, 천을 꼬며 맺힌 것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9. 신명풀이 경연장 전체를 휘감으며 신명 나게 연희를 마무리한다.
  10. 퇴장 상쇠가 끝을 알리는 대사를 하면, 모든 인원이 한 바퀴 크게 돌며 퇴장한다.

인물 이야기

“민속은 삶이요, 보물이다” ___ 조진국(옥천군 청산면 정월대보름 지신밟기 연출자)

옛날에는 정월 대보름이 제일 큰 명절이었지요. 행사도 엄청나게 크고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전파되어서인지 예전만큼 세시풍속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산면의 모든 이들은 그 명맥을 잇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그것이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도 잘 모르고 조상님들이 해온 것이니 이어가겠다는 마음 하나로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제61회 한국민속예술제에 충청북도 대표로 참가해 보여줄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우리 지역의 지신밟기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고, 또 신명 나게 즐기는 과정에서 만액을 물리치고 만복을 받아 가시길 앙망합니다. 정월 대보름에 하는 지신밟기는 전국 어디에서나 연행되는 세시풍속이지만, 우리 지역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동고사를 지낸 후에 성황신을 농기에 접신하는 것, 공동 우물에 용왕제를 지내며 제물을 바치는 것, 성주굿을 올릴 때 후렴으로 받는 곡조에 우리 지역만의 고유성이 담긴 점, 정지와 장독에서 하는 지신풀이 사설에 청산면의 사투리가 담겨 있다는 점, 그리고 지신밟기 후 지신고풀이를 하는 점입니다. 현대 문명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우리의 전통도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듯이 옥천군 청산면의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필연의 사명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청산면민 모두가 섬기는 이 시대 최고의 민속 보물을 꼭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시지은, ‘지신밟기’,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 장정룡, ‘지신밟기’,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grandculture.net).

자료출처

  • 출처 : 『제61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0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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