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산월농악 볏가리대모시기(2020,광주시)

종목 개요

  • 비경연대회

종목소개

배산임수를 갖춘 마을

우리 선조들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이른바 ‘배산임수’의 터전이 집을 짓는 데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동서남북으로 각각 무등산·어등산·월출산·불태산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앞으로는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월동은 그 조건에 꼭 맞는 지역으로, 오래전부터 포산·월봉·봉산·괘매·월계·장구촌(마한 시대 장구통 모양의 고분) 등 자연마을이 여럿 있던 곳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300여 호가 사는 큰 마을이었고, 인근에도 여러 마을이 있어서 언제나 사람이 북적이던 지역이었다. 도심 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정월 대보름마다 당산굿을 하고 가가호호 마당밟이를 해왔다. 또 2월 초하루에는 새끼줄을 꼬아 뙤기치기(새쫓기)를 하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 전해지는 산월농악의 특징은 볏가릿대를 세워 신대(내림대)로 삼는다는 점이다. 당산굿을 연행할 때는 당산 앞에 볏가릿대를 세워 마을신에 인사를 올리고, 마당밟이를 할 때는 물론 판굿을 칠 때도 볏가릿대 세우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산월동에서는 볏가릿대를 세움으로써 내림대로 여기고 천황씨·지황씨·신농씨 등을 언급하며 풍년을 기원한 것이다.

‘광주산월농악 볏가리대모시기’의 시작

볏가릿대 세우기는 정월 대보름이면 짚이나 헝겊에 벼·보리·조·기장·수수 등 곡식을 싸서 장대에 매달아 우물이나 마당 옆에 세워 놓고 풍요를 기원하는 입간 민속이다. 짐대나 솟대를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며, 삼척의 살대 세우기나 구룡의 볏가릿대 세우기와 같은 풍속인 것. 곡식을 매달아 놓은 장대를 볏가릿대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볏가리·노적가리·낟가릿대·유지기·유지방·화간·화적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볏가릿대는 벼를 베어 골라 놓거나 볏단을 차곡차곡 쌓은 더미인 볏가리(낟가리)에서 유래한 말로, 풍년이 들어서 볏가리를 나무 장대만큼 쌓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려운 살림을 극복하고 풍농을 기원하는 농부들의 염원이 담긴 의례이자 놀이인 셈이다. 대개 정월 열나흗날이나 보름이면 대를 고정해 볏가릿대를 세우고, 음력 2월 초하루가 되면 세워둔 것을 내린다. 2월 초하루는 ‘머슴날’이라고도 부르는데, 농사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바탕 놀 수 있는 농부들의 휴일이었다. 이처럼 볏가릿대를 세우거나 내릴 때는 성대한 의례가 벌어졌다. 제물을 준비하고 풍물을 치면서 제를 올렸으며, 볏가릿대를 쓰러뜨릴 때는 한 해 운을 점치기도 했다. 광산구 산월동에서는 볏가릿대를 신대처럼 여겼다. 당산굿을 연행하기 전 볏가릿대를 세웠고, 정월 의례를 마무리한 뒤 2월 초하루에도 볏가릿대를 세우고 판굿을 쳤다. 즉, 산월동에서는 볏가릿대가 모든 농악과 마을신앙·가정신앙에 결합된 것이다. 1980년대까지 산월동에는 정월 대보름 당산굿을 비롯해 마당밟이와 다양한 놀이가 연행됐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중단됐으며, 오늘날 이를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모든 연행 순서가 전해지지는 않지만, 호남우도농악의 전형과 산월동 인근의 유지들을 찾아 당시의 당산굿과 판굿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다. 볏가릿대를 세우고 진행하는 광주산월농악만의 독특한 풍경을 함께 만나 보자.

주목! 이 장면

풍요와 풍농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인 마당밟이와 광주산월농악을 통해 남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토속민요와 향토문화를 즐길 기회. 각각의 장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감상하다 보면 게미(전라도 사투리로 지역 특유의 깊고 진한 감칠맛을 지칭)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면 구성 자세히 보기

  1. 입장 및 볏가릿대 만드는 대목 풍물패와 동네 사람들이 모여 굿머리 가락을 치며 시작한다.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입장한 뒤 동네 사람들이 어우러져 당산제에 모실 볏가릿대를 만든다.
  2. 들당산굿(볏가리대모시기) 내드름굿으로 일채·이채·삼채 가락을 마친 뒤 칠채 가락을 친다. 천황씨·지황씨·신농씨를 상징하는 삼방울진을 펼친 뒤 당산에 입장해 당산제와 볏가리대모시기를 진행한다.
  3. 질굿과 문굿마당 볏가릿대를 세우고 가가호호 방문을 진행한다. 질굿(흘림질굿) 가락을 치며 문 앞에 도착하면 문굿 가락을 연주한다.
  4. 마당밟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집안을 지키는 신들에게 차례로 조왕굿·성주굿·철용굿·샘굿 등을 올린다.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당이다.
  5. 날당산굿(볏가리대모시기) 마당밟이를 마치고 볏가릿대를 다시 당산에 모신다. 들당산굿을 시작으로 문굿·마당밟이굿·판굿·도둑잽이굿 등을 모두 마치고 날당산굿으로 축원 인사를 올린다.

인물 이야기

“모두가 힘든 시기, 다시 소리가 울려 퍼질 날을 기다리며” ___ 김이권(광주산월농악 연출자 및 상쇠)

광주 광산구 산월동은 영산강이 닿던 지역으로, 주변의 신창동 유적에서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며 오랜 농경 문화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풍요와 풍농을 기원하는 볏가리대모시기가 전승되고 있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깊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무대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습니다. 볏가릿대를 모시고 당산제를 지내는 첫 번째 마당, 길굿과 문굿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마당, 마당굿·성주굿으로 이어지는 마당밟이, 마지막으로 날당산굿입니다. 저희 (사)굿마당남도문화연구회는 우리 전통문화인 민속예술을 발굴하고 계승하며 대중화하는 데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1998년 개원, 2004년 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광산들노래·월계동 상여소리·당산굿놀이·풀두레놀이·화전놀이·볏가리대모시기 등 여러 작품을 발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요. 사라지고 있는 민속문화를 더 많이 발굴하고자 여러 회원들과 지역 유지들, 또 각계의 민속학자들이 참여해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번 한국민속예술제에는 50여 명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입니다. 모여서 연습하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또 많은 사람이 모여서는 안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작은 단위로 모임을 쪼개고 쪼개며, 또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미래가 이토록 불안하게 느껴지는 때가 이전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이기에 우리 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질 때를 기다립니다.

참고 문헌

이관호, ‘볏가릿대세우기’,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

문화재 지정 현황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농악 (2014.11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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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출처 : 『제61회 한국민속예술제』 백서
  • 발행일 : 2020년 12월 30일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사진자료

동영상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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