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거북놀이(2010청소년,충청남도)

종목 개요

구 분 내 용
참여대회 제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 및 제17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
참여지역 충청남도
분야 민속놀이
참여단체 병천고등학교
수상(단체상) 최우수상 (대통령상)

종목소개

‘천안거북놀이’는 충청남도 천안에서 한가위에 거북을 앞세우고 집집이 방문해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민속놀이다. 천안 지역의 거북놀이는 대체로 줄다리기 분포권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벼농사를 주로 하는 평야 지대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다. 실제 거북놀이 전승 지역을 살펴보면, 한강 이남의 경기도 이천을 중심으로 여주, 광주, 용인, 수원, 평택, 충청도는 아산, 음성, 충주, 청주, 전라도는 해남, 경상도는 창녕 등이다. 이 중 천안은 거북놀이가 가장 성행했던 지역으로 손꼽히는데, 자연마을 단위로 행해졌다.

거북놀이는 지신밟기와 그 성격을 같다. 연행 방식도 길잡이를 맡은 거북이 등장해 갖가지 재주를 선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한가위가 되면 마을 풍물패들이 맷방석 위에 수수 잎을 꽂아 거북을 만들고, 한 사람이 몰이꾼인 질라래비가 되어 집집이 방문한다. 거북과 질라래비는 온갖 재담을 섞어 흥을 돋우고, 가정에서는 술과 음식을 내어 대접하기도 하며, 쌀 같은 곡식을 내놓아 감사 표시를 한다. 이렇게 모아진 쌀과 곡식을 마을 기금으로 만들고, 상여 마련해 다리 놓기, 우물 파기 등으로 사용했다.

거북놀이는 원래 아이들이 주동해 거북을 만들고, 집집이 다니며 마당놀이를 해준 대가로 방문한 집에서 음식과 쌀을 얻은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놀이에 성인들의 농악이 개입하면서 그 구성 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그런 구성을 갖추게 된 것은 윤병준의 《음성거북놀이조사서》에 수록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 그 순서는 순문장[守門將]굿, 용왕굿, 마당놀음, 벅구노름, 조왕굿, 터주굿, 도량굿이다. 이 과정을 다 거치면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음성군 소이면 갑산리에서 재현한 거북놀이의 경우에는 이와 달리 길놀이, 문굿, 샘굿, 터주굿, 조왕굿, 마당놀이 순으로 전개되었다. 특히 갑산리는 농악경연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거북놀이를 했다고 한다.

천안 지역 거북놀이의 유래는 지금부터 약 900여 년 전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뭄과 흉년, 질병이 심해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자, 현종이 직접 민정을 살피기 위해 각 고을을 돌아다녔다. 그가 천안부 직산현에 기거하던 어느 날 깜빡 낮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신라 문무왕이 나타나 한가위에 수륙양생[水陸養生]의 거북이를 보낼 테니 거북과 함께 뛰어놀라고 말했다. 현종은 이튿날 조정중신들과 논의한 끝에 지형을 두루 살펴보다가 입장면 구덕리 마을이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마을 사람들에게 거북놀이를 하게 했다. 그랬더니 이듬해에 벼알이 마치 수수알처럼 풍성하게 여물어 대풍을 이뤘고, 이후 질병도 사라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 마을은 매년 추석을 맞아 거북놀이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경기도 이천과 충남 천안 등에서 거북놀이에 대해 조사·기록한 내용 중에 “거북놀이는 추석에 농민들이 행하는 놀이로서, 먼저 대나무로 거북 모양을 만든다. 거북을 뒤집어쓴 사람을 선두로 해서 농악대가 뒤를 따라 마을의 각 집 문 앞에 찾아가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그 집의 복을 빌어준다. 이에 답해서 거북을 맞이한 집에서는 술과 음식을 내어 베푼다.”라는 간략한 묘사가 있다. 이를 통해 거북놀이는 일제강점기 이래 오랜 전통을 이어 온 한가위 민속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위 저녁에 거북놀이를 할 때는 거북이, 질라래비, 풍물패 등의 놀이패를 구성한다. 놀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 한 사람이 수수 잎으로 장식한 거북 형태의 맷방석을 뒤집어쓴 채 머리를 내밀면, 질라래비가 거북의 목에 끈을 매어 데리고 다니며 놀린다.

● 거북이 부잣집 대문 앞에 도착하면 질라래비가 “천석 거북이 들어갑니다. 만석 거북이 들어갑니다.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쏟아져 나오니 이 댁의 문을 활짝 열어주소.”라고 외치며 놀이패가 도착했음을 알린다. 이때 그 집에서 “들어와서 놀아라.”라고 대답을 하면, 질라래비는 거북을 데리고 들어가서 집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샘, 부엌, 장독, 마루를 차례로 돌며 고사 덕담으로 만복이 깃들기를 축원해 준다.

● 축원이 끝나면 마당에서 본격적인 거북놀이가 시작되고, 질라래비가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아 놀아라, 천석 거북아 놀아라.”라고 외친다. 질라래비의 지시에 따라 거북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온갖 재주를 선보인다. 이때 구경 나온 주민들도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춘다. 놀이를 마치면 질라래비는 거북이와 함께 주인에게 인사하고 다른 집으로 향한다.

거북놀이의 절차와 함께 흥미로운 것은 등장하는 거북의 유형이다. 이천의 거북놀이처럼 대개 큰 거북 한 마리를 내세우고, 이 거북을 끌고 다니는 질라아비가 설정되어 있다. 평택의 경우에는 원래 큰 거북이 없었는데, 이천의 거북놀이를 본떠서 네 명이 전후좌우로 드는 큰 거북 한 마리를 만들고, 일반 거북의 복장을 한 24명이 등장한다. 2014년에는 다시 사람 두 명이 들어가는 큰 거북으로 대체한바 있다. 천안의 경우는 안에 두 명이 들어간 큰 거북 한 마리와 남생이라고 해 작은 거북 다섯 마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오산 금암동의 거북은 수숫잎으로 이엉을 엮듯이 5m 정도 길게 만들었는데, 앞에는 나무로 만든 머리가 있고, 안에는 다섯 명 정도가 들어간다. 거북을 이끄는 사람이 고사반이나 대화를 주도하며, 거북은 나무로 만든 머리를 이용해 의사 표현을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거북놀이는 이처럼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이해 온 마을 사람이 하나되는 대표적인 대동놀이였다.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례와 놀이를 통해 한가위를 자축하고, 집집이 방문해 흥겹게 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체감과 협동심이 고조되었다.

현지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집집이 다니면서 축원을 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추석 저녁에 아이들끼리 모여서 송편이나 얻어먹으려고 거북을 만들어 놀았다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풍요 기원의 축원 의례적 목적이 아니라, 풍요롭게 수확했음을 감사하는 수확 의례적 속성을 지닌 아이들의 민속놀이였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러나 현재의 거북놀이는 점차 농악이 개입되면서 굿 절차를 갖춘 어른들의 놀이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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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출처 : 『한국민족예술축제60년. 변화와 도약 해적이』
  • 발행연도 : 2019.12.31
  • 기획 :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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